화롄·타이동 3박 4일, 타이베이의 관광객 경로를 벗어나다
제주도 같은 한국 섬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대만의 화롄과 타이동이 얼마나 다른지 금방 느낄 것이다. 타이베이의 야시장과 쇼핑, 지우펀의 붐비는 골목길에 질린 여행자들이 찾는 진짜 대만은 동부에 있다.
타이베이를 벗어난 이유
처음 대만 여행을 계획했을 때 대부분의 가이드는 타이베이, 지우펀, 예스진지 같은 북부 지역 중심이었다. 하지만 6개월 뒤 다시 대만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결심했다. 이번엔 다른 곳을 가자고. 현지인 친구에게 "진짜 대만을 보고 싶으면 어디?"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이 화롄(花蓮)이었다.
화롄의 협곡과 해안선 트레킹
화롄에 도착한 첫날은 타이로완(太魯閣) 국립공원에 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협곡을 따라 걷는 경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주호협(朱戶峽) 코스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협곡 위에서 봤을 때의 전망은 정말 달랐다. 서울 남산이나 인왕산 트레킹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두 번째 날은 해안선 드라이브를 했다. 화롄의 동쪽은 태평양 해안이 거의 절벽으로 이어진다. 버스 여행도 좋지만, 오토바이나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하는 것이 훨씬 낫다. 윈데이(영화 촬영지)나 친슈이 절벽 같은 명소들이 중간중간 나타나는데,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다. 타이베이의 북해안처럼 북적대지 않는다는 게 매력이다.
타이동으로 내려가며 배운 것
화롄에서 타이동으로 가는 길은 한국 말로 치면 "국도 여행"이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일반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들어간 박물관은 별로였지만, 도로변 편의점에서 산 우유와 스낵은 여전히 기억난다. 경주에서 부산 내려가는 길처럼, 한 번쯤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봐야 하는 여행이다.
타이동, 관광객의 틈새
타이동은 이름도 생소했고, 가이드북에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그게 매력이었다.
일단 숙소 선택의 폭이 넓다. 타이베이처럼 비싼 호텔만 있는 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와 에어비앤비, 심지어 펜션도 많다. 현지인 가정에 머물며 아침에 손수 만든 밥을 먹는 경험도 했다. 타이베이는 비즈니스 호텔 아니면 고급 레지던스뿐이라면, 타이동은 "살아가는 곳"의 느낌이다.
밥도 마찬가지다. 화롄에선 관광객 목표 음식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무조건 현지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그게 정답이었다. 우육면도, 오리밥도, 작은 가게의 닭발도 맛있었다. 타이베이의 미슐랭 레스토랑보다 훨씬 낫다고 할 순 없지만, 뭔가 "진정성"이 있었다.
여행자들이 모르는 타이동의 진짜 코스
세 번째, 네 번째 날은 타이동 시내를 벗어났다. 시난(知本) 온천, 산악 지역, 다우(台東) 해변 마을들을 돌아다녔다.
시난 온천은 타이베이의 베이터우처럼 유명하지 않아서 한국인이 거의 안 보였다. 온천 수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했다. 야외 온천에 들어가 밤하늘을 바라본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평화롭다.
이 지역들은 차로 40분에서 1시간 정도 올라가야 하는 작은 마을인데, 기차와 하이킹 커뮤니티가 있었다. 관광이라기보단 "현지인의 일상"을 봤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타이동 여행자의 실질적인 팁
첫째, 대중교통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타이베이는 MRT만 타면 어디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화롄과 타이동은 택시나 렌터카가 필수다. 버스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국제운전면허증을 꼭 챙기자.
둘째, 숙소를 조기에 예약하지 말자. 여행 중에 기분 따라 며칠 더 머물고 싶을 수도 있다. 타이동은 그런 계획 변경을 허용할 정도로 숙소가 많고 이동이 자유롭다.
셋째, 날씨에 민감하다. 여름엔 태풍, 겨울엔 비가 자주 내린다. 우산보다는 레인 재킷을 추천한다.
넷째, 사진을 많이 찍으려면 일출과 일몰 시간을 활용하자. 아침 6시에 일어나 해수욕장으로 간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정한 대만의 발견
타이베이로 돌아와 며칠을 더 보냈지만, 마음은 이미 화롄에 남아 있었다. 관광지 맵핑, 먹킷리스트, 필수 명소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대만 여행이 처음이라면 타이베이부터, 두 번째면 화롄·타이동을 추천한다.